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의 TV 홈쇼핑은 ‘최강의 판매 채널’로 불렸습니다. 주부들이 저녁 시간대 리모컨을 잡고 TV 앞에 앉아 상품을 고르는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었고, 홈쇼핑은 안정적인 판매와 신뢰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모바일 중심의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홈쇼핑은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고, 대신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라는 새로운 채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방송 +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개념으로, 모바일 앱이나 SNS 플랫폼을 통해 판매자가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제품을 소개하고 소비자가 댓글과 채팅으로 소통하며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TV 홈쇼핑과 유사하면서도 훨씬 더 쌍방향적이고 참여적입니다.
그렇다면 라이브커머스는 어떻게 홈쇼핑을 대체해 가고 있을까요? 오늘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소비자 환경의 변화와 세대 교체, 둘째, 라이브커머스만의 차별적 강점과 성장 요인, 셋째, 홈쇼핑 산업의 변화와 시장의 대응입니다.
1. 소비자 환경의 변화와 세대 교체
모바일 중심 소비 문화
라이브커머스의 부상은 무엇보다 소비자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됩니다. 과거 TV가 가정의 중심 미디어였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40대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TV 홈쇼핑은 ‘고정 시청층’을 잃어가고 있고, 소비자들은 모바일에서 제품을 보고 바로 구매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세대 교체와 Z세대·M세대의 부상
소비 시장의 주도권이 베이비부머와 X세대에서 MZ세대로 넘어간 것도 큰 요인입니다. 1990~2000년대에 TV 홈쇼핑을 즐겨 보던 세대는 이제 50~60대 이상이 되었고,
이들은 여전히 홈쇼핑을 사용하지만 점차 비중이 줄고 있습니다. 반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20~40대는 홈쇼핑보다 라이브커머스와 같은 모바일 채널을 선호합니다.
이들에게 쇼핑은 단순한 ‘구매 행위’가 아니라, 즐겁고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이어야 합니다. 홈쇼핑의 일방향적 진행은 지루하게 느껴지고, 대신 실시간 댓글을 달고, 방송 중 즉석 이벤트에 참여하는 라이브커머스가 훨씬 더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팬덤과 커뮤니티 소비의 확산
라이브커머스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소통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가 방송을 진행하면, 시청자들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을 응원한다’는 느낌으로 소비에 참여합니다. 이는 홈쇼핑이 결코 제공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결국 세대 교체와 함께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가 달라졌고, 라이브커머스는 그 변화에 발맞추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2. 라이브커머스만의 차별적 강점과 성장 요인
실시간 소통과 쌍방향성
라이브커머스의 가장 큰 강점은 실시간 소통입니다. 소비자는 궁금한 점을 댓글로 바로 물어볼 수 있고, 판매자는 즉석에서 대답을 해줍니다. 이는 일방향적으로 상품 정보를 듣는 홈쇼핑과 달리, 쌍방향적이고 참여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소비자는 ‘나만을 위한 답변’을 받는 느낌을 받고, 이는 곧 신뢰와 구매로 이어집니다.
가격 경쟁력과 혜택
라이브커머스는 TV 홈쇼핑보다 운영 비용이 낮습니다. 방송 장비와 스튜디오가 필수인 홈쇼핑에 비해, 라이브커머스는 작은 공간과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더 저렴한 가격, 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오늘 방송 중에만’이라는 한정 할인이나 쿠폰 제공은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합니다.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의 결합
라이브커머스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채널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도 소비됩니다. 유명 인플루언서, 연예인, 전문가가 등장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즉석에서 미션을 수행하거나 게임을 진행하면서 방송은 하나의 ‘쇼’처럼 진행됩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방송에 들어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구매가 이뤄집니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판매
또한 라이브커머스는 철저히 데이터 기반입니다. 어떤 시간대에 시청자가 몰리는지, 어떤 상품에 반응하는지, 어떤 할인 이벤트가 효과적인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방송 전략을 빠르게 수정하고,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며, 시청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 홈쇼핑이 따라오기 힘든 부분입니다.
3. 홈쇼핑 산업의 변화와 시장의 대응
홈쇼핑의 디지털 전환 시도
홈쇼핑 업계도 위기감을 느끼고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을 강화하고, 자체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하거나, 유명 인플루언서를 초청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방송 중심의 운영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어, 완전히 라이브커머스와 같은 유연성을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주도권 확대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은 이미 막대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수백만 명의 잠재 소비자에게 노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중소상공인과 대기업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를 제공하며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의 차별화 과제
홈쇼핑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고연령층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구매 채널이고, 안정적인 방송 품질과 검증된 상품이라는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라이브커머스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더욱 철저한 품질 관리, 프리미엄 제품군 중심 전략, 또는 고연령층 맞춤형 서비스로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홈쇼핑은 점점 틈새 채널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고, 라이브커머스가 주류 판매 채널로 자리잡는 흐름은 멈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론
라이브커머스가 홈쇼핑을 대체하는 과정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소비 문화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줍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TV 앞에 앉아 일방적으로 상품을 듣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을 보고, 실시간으로 참여하며 쇼핑합니다.
Z세대와 M세대는 브랜드보다 재미, 소통, 경험을 중시하고, 이는 라이브커머스의 핵심 강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홈쇼핑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점점 특정 세대와 특정 시장에 한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유통 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좋은 상품을 파는 데 있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재미와 경험을 얻으며,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라이브커머스는 바로 그 요구를 충족시키며 홈쇼핑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